동백의 서書
여국현
지리멸렬 구차하게 살지 마라
전봉준을 보아라
유관순을 보아라
윤봉길을 보아라
체 게바라를 보아라
호세 마르티를 보아라
아니거든
바이런을 보고 고흐를 보아라
멀거든
김남주를 보아라
전태일을 보아라
절정에서 뚝 내 목숨 떨구는 건 제대로 살고자 함이니
굴절과 비굴의 자者가 나를 읊지 말아라
서늘한 바람에 가슴 맡긴 선운사 뒤뜰
선혈로 빼곡한 동백의 서書
자연의 삶을 제대로 터득한 자만이 자연을 제대로 논할 수 있고, 인간의 삶을 제대로 터득한 자만이 인간의 삶을 제대로 논할 수 있다. 아울러 자연의 삶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만이 아니라 이 두 가지 모두를 제대로 터득한 자만이 이 두 가지 모두를 제대로 논 할 수 있다. 여국현은 자연의 삶과 인간의 삶 모두를 제대로 터득 한 시인이다. 자연의 삶은 무엇이며,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. 정직하고 치열한 노동이 아니겠는가. 세상은 부정과 반칙이 난무하지만, 시인의 시편들은 이를 치유하는 자연과 인간의 정직하고 치열한 노동이 향기롭게 배어있다. 이 시집이 부정과 반칙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두루두루 널리 읽혀 그 아픔들이 모두 치유되길 간절히 기원한다. - 정세훈(시인)